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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광장, 별들이 머무는 시간의 틈에서

by TR digital nomad 2025. 4. 17.

 

부산의 밤은 다른 도시의 밤과는 조금 다릅니다. 바다를 품고 있기 때문일까요. 바다 냄새가 골목골목을 타고 들어오고, 파도 소리는 도시의 심장을 쿵쿵 두드립니다. 그리고 그 부산의 심장 한가운데, 누군가의 꿈이 걸어 다니는 곳. 바로 BIFF광장입니다.

이곳은 단순한 광장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흔히 "영화제가 열리는 곳" 정도로 여길지 모릅니다. 하지만 실은, 이곳은 한국 영화사에 새겨진 '시공간의 미학'이 살아 숨 쉬는 무대입니다. 때로는 레드카펫이 깔리고, 때로는 아무것도 깔리지 않아도 누군가의 인생이 필름처럼 펼쳐지는 장소. 이 글에서는 BIFF광장을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살아 있는 '영화 그 자체'로 바라보며 풀어가고자 합니다.


🌟 별이 내려앉는 거리

BIFF광장을 처음 마주할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배우들과 감독들의 핸드프린팅입니다. 마치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처럼,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인들의 손바닥이 길 위에 새겨져 있습니다. 나는 그 앞에 서서 한참을 바라봅니다. 저마다 크기도 다르고 깊이도 다른 손바닥들. 어떤 손은 단단하게 파여 있고, 어떤 손은 마치 주저하듯 얕게 찍혀 있습니다.

한 사람의 손바닥 안에는 수많은 장면이 담겨 있겠죠. 촬영장의 땀방울, 시사회장의 설렘, 그리고 박수소리 속의 고독까지. 그 손자국들은 단지 '형상'이 아니라,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수천 번의 리허설과 수만 번의 컷 사운드를 지닌 '기억의 무늬'입니다.


🎥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무대

부산의 남포동은 원래부터 활기 넘치는 지역입니다. BIFF광장은 그 한복판에서, 일상의 소란과 영화의 몽환 사이를 연결해주는 ‘틈’ 같은 존재입니다. 영화제가 열리는 기간이면 이 광장은 돌연 변신합니다. 카메라 플래시가 별빛처럼 터지고, 관객들은 배우 한 명을 보기 위해 몇 시간이고 그 자리를 지킵니다.

그런데 이곳의 진짜 매력은, **영화제가 끝난 후에도 사라지지 않는 그 '잔상'**에 있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평일 오후에 그곳을 걷고 있으면, 마치 누군가의 인생을 훔쳐보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커피를 마시며 지나가는 사람들, 핸드프린팅 위에 발을 올려보는 아이들, 그리고 몰래 눈물을 닦고 있는 누군가. 영화는 끝났지만, 이 광장은 아직도 그 영화의 엔딩 크레딧을 흘리고 있는 듯합니다.


🍜 그리고, 영화처럼 맛있는 골목들

BIFF광장을 이야기하면서 먹거리를 빼놓을 수 있을까요? 영화만큼이나 뜨거운 것은 바로 국제시장 골목을 따라 늘어선 길거리 음식들입니다. 씨앗호떡의 달콤함은 배우의 미소처럼 깊고, 어묵국물의 따스함은 늦가을 영화제의 밤을 닮았습니다.

골목골목마다 들리는 부산 사투리는 영화 속 내레이션처럼 리듬감 있게 다가옵니다. "가만있어 봐라~ 이거 진짜 맛있데이~" 라는 말이 낯설지 않고, 오히려 정겹게 들리는 이유는 바로 이 BIFF광장의 온기가 골목마다 스며들어 있기 때문일 겁니다.


🌊 바다와 함께 살아가는 영화

광장 한 켠에서 바라보면, 조금만 걸으면 바다가 보입니다. BIFF광장은 해운대에 있는 영화의전당과는 달리, 아주 사적인 정서가 녹아든 영화 공간입니다. 해운대가 국제적이고 세련된 영화관이라면, BIFF광장은 마치 단편 영화처럼,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여기서 상영되는 건 실제 스크린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낡은 건물 외벽에 붙은 영화 포스터, 지나가는 청년의 카메라, 그리고 어쩌면 나 자신의 기억까지도 이곳에 상영되고 있는 듯합니다. 부산이라는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시네마이고, BIFF광장은 그 중에서도 가장 시적인 장면입니다.


📽️ 우리가 살아가는 ‘영화 같은’ 장소

누군가 말했습니다. "모든 인생은 영화다." 그렇다면 BIFF광장은 어쩌면 우리가 서로의 인생을 스쳐 보는 작은 극장일지 모릅니다. 낯선 여행자가 무심코 걸어 들어와도, 누군가의 오래된 추억을 건드리고, 한 청춘의 시작을 촬영하게 만드는 마법 같은 장소.

관광명소? 문화공간? 아닙니다. BIFF광장은 ‘영화가 살아 있는 현실의 조각’입니다. 여기엔 감독도, 각본도 없지만, 바로 그 이유로 더 진짜 영화 같기도 하죠.


🛤️ 그래서, 당신도 이곳의 주인공

당신이 오늘 BIFF광장을 걷게 된다면, 당신은 그 순간 이 영화의 주인공입니다. 다른 관광객들은 엑스트라일 뿐. 핸드프린팅에 손을 얹는 순간, 당신은 그 영화 속의 배우가 됩니다. 떡볶이를 먹으며 웃는다면, 당신은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이고, 벤치에 앉아 누군가를 떠올린다면, 그건 멜로 영화입니다.

영화처럼 살기엔 너무 바쁜 세상에서, 이 광장은 말합니다.
“괜찮아. 여기선 잠깐, 영화 주인공처럼 살아도 돼.”


[마치며]

BIFF광장은 공간이자 시간이며, 감정입니다. 그것은 부산의 향기와 영화의 기억, 그리고 당신의 이야기가 만나는 지점입니다. 단 한 장면만으로도 오래도록 남을 수 있는 영화처럼, 이 광장도 당신 기억의 한 구석에서 조용히 재생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언젠가, 당신의 인생이 영화가 된다면, 그 첫 장면이 바로 이곳에서 시작되기를 바랍니다.
“컷! 좋았어요. 다음 씬도 계속 갑니다.”